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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빅테크 '동일기능 동일규제' 논란 시끌
출처:EBN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1/03/31 09:31:56
전 세계적으로 금융산업과 IT의 경계가 허물어지는데 규제체계는 기존 산업에 맞춰져 있어 현실을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는 성장에 제약을 받는 반면 빅테크(대형 IT기업)는 규제편익을 봐 공평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은행들은 빅테크에 대해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올 1월 실적발표 및 질의응답에서, 직불카드 수수료 규제를 "공정하지 않은 경쟁(unfair competition)의 예시"라고 발언했다. 미국은행협회(ABA)는 지난 2월 발표한 사업목표에서 '규제되지 않은 진화로 인한 시스템적 위협' 및 '직불카드 정산수수료 시장가격 복원'을 언급했다.
최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셰로드 브라운은 '실리콘밸리가 다른 규칙을 따르도록 허용할 수 없다'며 은행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월가의 은행들은 자존심 세기로 유명하고, 제이미 다이먼 CEO는 월가의 리더격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이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빅테크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도드-프랭크법 및 더빈(Durbin) 수정안에 의거해 대형은행이 발급한 직불카드에 한해 0.05%에 거래건당 21센트를 가산한 정산수수료(interchange fee) 상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규제는 총자산 100억 달러 이상의 대형은행에 한해 적용되고, 기준 미만의 소형은행에게는 면제된다.
정산수수료는 카드 발급은행과 전표 매입사가 분리된 4당사자 구조 하에서 매입사가 발급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2018년 기준 미국의 직불·선불카드 이용금액은 신용카드 대비 약 78% 수준에 달한다. 비규제 직불카드의 거래금액 대비 정산수수료 수익은 1.18%이나 규제 대상 직불카드의 경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0.56%로 나타났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일부 빅테크가 이미 대형은행 수준의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직불·선불카드 정산수수료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소형은행과의 제휴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빅테크인 페이팔은 약 63억 달러의 자산규모를 가진 뱅코프뱅크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 서비스 잔액에 연결된 직불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스퀘어, 로빈후드의 직불카드 또한 총자산 약 7.8억 달러의 커뮤니티은행인 서턴뱅크가 발급을 대행하고 애플은 자산규모가 약 28억 달러인 그린닷뱅크와의 제휴로 애플페이와 연동되는 선불충전식 결제 및 송금서비스 애플캐시를 운영 중이다.
일반 은행의 경우 정산수수료 규제 적용 대상 여부가 자회사 매각 또는 사업부 폐쇄 등으로 이어졌다. 지역은행 커스터머스 뱅크는 2017년 및 2019년 자산이 100억 달러를 초과함에 따라 수수료 규제를 면제받기 위해 자회사 뱅크모바일을 매각하기도 했다. 디지털은행 심플을 인수했던 BBVA 은행이 해당 사업부를 폐쇄한 것 또한 인수 전 누렸던 비규제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민간은행 청산기관 TCH(The Clearing House)는 지난해 12월 Fed와의 회의 및 공개서한에서 빅테크가 자사의 직불·선불카드로 이용가능한 자금 총액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자금을 제휴은행 계정에 유지함으로써 정산수수료 규제를 회피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 대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된 빅테크 기업은 직접 계좌를 발급·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자가 급여통장으로 핀테크 계좌를 지정하고, 카드 대금·보험료를 납입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처럼 전자금융업자의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합지급결제업자는 고객 명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신 업무를, 후불제가 허용된다는 측면에선 여신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으나 법령상 금융회사에 해당되지 않아 은행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금산법, 금융소비자 보호법 적용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원도 "전금법 개정안을 통해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예금 및 후불결제업을 규율하는 은행법과 여신전문업법을 우회해 낮은 규제비용으로 비금융 사업자의 유사 여수신업 진입하는 특혜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도 대형플랫폼과 금융회사 간 불공정 규제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화되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간의 경계가 불명확해지면서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예상돼 역차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