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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택 주담대 안되고, 고가 전세 되고...대출시장 혼란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1/12/13 16:30:03

    "내 집 마련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무주택자 돈줄은 막으면서 9억원이 넘는 고가전세에 사는 이들에게 정부 보증으로 수억원씩 대출을 해준다는 게 공정한 건가요?"(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정부의 가계대출 기준이 형평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우선순위로 삼겠다던 정부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전세대출 보증 제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기에도 "실수요 보호"라는 명분을 적용했지만 일각에선 "실수요의 범위가 대체 어디까지냐"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정책 결정에 대출이 절실한 수요자들의 피해만 커지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9억원 이상 고가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려던 SGI서울보증의 검토 작업이 최근 중단됐다.


    지난달 금융당국의 가계부채관리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서민·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할 대출이 고가 전세에 이용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이 나온 후 SGI서울보증이 9억~15억원 사이에서 보증 제한을 검토했지만 없던 일이 된 것이다.


    SGI서울보증은 최근 전셋값이 오르고 이사철 전세 수요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보증을 중단하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관련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등 세 곳의 보증을 통해 이뤄진다. 이 중 SGI서울보증은 보증기관 중 유일하게 대출이 가능한 전셋값에 제한을 두지 않은 채 최대 5억원을 대출해주고 있다.


    SGI서울보증이 고가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면 고가 전세가 몰려있는 강남권 전세 수요자는 대출이 어려워진다. 이에 해당 수요자들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SGI서울보증이 한발 물러난 것이다.


    때문에 당분간은 9억원이 넘는 전셋집에 사는 수요자라도 정부가 대주주인 서울보증의 보증으로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인 연 2%대 중반의 금리로 대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18개 국내은행 전세대출 잔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전세가격 9억원을 넘는 전세대출은 2조35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일반적인 수요자들의 내년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지켜야 하는 가계대출 총량이 올해보다 줄어드는데다 규제 총량에 전세대출까지 포함되면서 대출 가능한 금액이 더 빡빡해진 탓이다.


    올해 전체적으로 5대 은행에서 늘어난 가계대출의 약 절반은 전세대출이었다. 이에 은행들이 내년에도 실수요 위주인 전세대출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경우 신용대출이나 주담대 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세대출을 포함해 4.5%로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상 연초에는 대출이 쉽다고 하지만 내년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는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된다.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가면 DSR 40%가 적용되고 신용대출의 상환 만기도 7년에서 5년으로 짧아져 대출자 입장에서는 대출 여력이 더 줄어든다.


    이처럼 정부가 가계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는 탓에 내년에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커녕 일반 신용대출도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총량관리 조절에 실패할 경우 최근 벌어졌던 대출 중단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출이 필요한 일반 수요자들의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실수요의 범위에 무주택자는 포함이 안되는데 강남 고가 전세입자는 포함된다", "집값 전셋값 오르는데 대출까지 안나오는 상황에서 진정한 승자는 현금부자" 등과 같은 비난이 올라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당장 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내년 대선 등 큰 이슈에 따라 분위기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