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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침공] 치솟는 원자재값…정유·화학 '발등의 불'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3/11 08:32:0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정유·화학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불안정 속 정유·화학 산업에는 수요둔화와 원가부담이 각각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정유업계는 '초고유가'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어 원유 공급선 다변화까지 검토중인 모습이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2월 넷째주 두바이유 가격은 평균 95.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대비 3.1% 상승했으며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과 비교 시 약 두 달 만에 30% 가까이 솟은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의 경우 25일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현재 94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미국 정부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피해를 감안해 러시아산 원유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쟁의 영향으로 유가의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정유·화학사들이 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이유다.


    유가 상승은 정유업계에 단기적으로 회계상 재고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고유가 추이가 지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히려 석유 제품의 수요 위축 현상을 불러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가가 뛰면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경유도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높은 가격대가 지속 유지될 경우 수요에 타격을 주는데,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마진을 감수하면서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 입장에서 유가가 우상향으로 천천히 오를 때 가장 힘을 받는다"며 "그만큼 제품 가격에 반영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유가가 급등하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제품 수요 감소로 수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세계 원유 생산 3위, 천연가스 생산 2위 국가"라며 "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가 심화된다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도 어려워질 수 있어 정유사들은 공급선 다변화와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13% 내외인 최대 수입국 중 하나였으나 2018년 미국 정부가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수입이 금지됐다.


    최근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성과를 거둘 경우 이란산 원유 공급이 재개될 수 있고, 이는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유가 급등의 충격을 흡수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러시아산 나프타(Naphtha) 수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계는 비상이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하는 주요 제품의 원료다.


    원유에서 나프타를 뽑아내다 보니 원유가격이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뛰는데, 이는 원가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맞게 되자 정부에 긴급할당관세를 요청한 상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한국 화학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는 미미한 편"이라면서도 "다만 나프타 가격 단기 급등 시 화학제품 가격에 바로 전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3개월 시차를 두고 높아진 원재료 가격을 판매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전쟁이 제한적인 전면전이나 단기 교전으로 끝날 경우 나프타 가격 상승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