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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장기화에 산업계 곳곳 '파열음'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5/26 08:22:09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산업계 타격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세계 3대 유종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모두 배럴당 100달러대에 진입한 가운데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 하락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동 재개로 에너지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 회복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의 약 12%, 천연가스의 약 17%를 생산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5.96달러에, 북해산 브렌트(Brent)유는 112.48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산 두바이(Dubai)유는 110.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전망치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국제투자기관들은 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하며 180~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P모건은 "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러시아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500만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석유화학업계는 비상이 걸렸다.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Naphtha) 선물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어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 제조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만큼 나프타 수급 불안 및 가격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나프타의 공급 차질 리스크도 커진 상황에서 업계는 대체 공급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프타분해시설(NCC) 기업들은 값싼 액화석유가스(LPG), 에탄올 등을 나프타 대체 원료로 일부 투입하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업계는 최근 한시적으로 수입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긴급할당관세'를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정유업계는 고유가와 정제마진 개선이 겹쳐 큰 폭의 실적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정제마진이 개선되지만 장기간 지속될 경우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와 해운업계 역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조치에 따라 국제선 운항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체 영업비용의 30%가량을 기름값으로 사용하는 만큼 고유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연료비가 운항 원가의 10~25%를 차지하는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고유가에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업계는 연료비 부담이 큰 만큼 유가가 오를수록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공·해운사들은 유류 할증료를 올리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와 수출기업의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가 공시한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최대 21만1900원으로 전월 대비 최대 53% 급증했다.
이밖에 전자,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은 러시아로의 제품 수출이 막히고 현지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해온 네온(Ne), 크립톤(Kr) 등 반도체용 희귀가스 가격이 최근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국내 제조·수출업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 151개사를 대상으로 '국제 유가 급등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업의 71%가 유가가 150달러 이상일 경우 적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유가가 200달러 이상이 될 경우에는 응답 기업 모두 "공장 가동 중단까지 고려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에너지 수입액도 급등하고 있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0일까지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384억966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4% 늘었다. 이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물가 상승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거나 유가가 15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부에서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원유·LNG 등의 관세를 인하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