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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우유 엄두 안나"…반값 수입멸균우유 박스째 구입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09/16 10:06:01

    "요즘 물가도 너무 오르고 분유 먹일때보다 돈이 더 드는 것 같아요. 수입 멸균우유 어떤가요? 배송비 0원인 판매처도 많아서 박스째 구매해두려고 합니다. 유럽산이 평 좋던데 추천해주세요"

    국내 살균·멸균우유 가격 인상이 점쳐지는 가운데 최근 '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많게는 절반 정도 더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는 주부들 사이에서 꼭 쟁여두어야 할 제품으로 거론된다. 박스 단위 기준 1000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이트는 주부들끼리 공유하는 꿀정보가 됐다. 나라별, 제품별로 멸균우유 맛을 비교한 글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멸균우유는 초고온에서 균을 죽여 포장한 것으로 살균우유와 영양분은 같지만 상온에서 10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보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살균우유는 냉장 상태에서 10일 간 보관이 가능해 수입이 쉽지 않았지만 멸균우유는 이같은 제약에서 자유롭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최근 멸균우유가 떠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16일 유업계 및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량은 1년 전보다 57%(9326톤→1만4675톤)나 증가했다. 국내 우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나 소비자들의 관심 만큼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도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꼽히는 폴란드산 멸균우유가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고 있다. 폴란드산 멸균우유(1리터 10개입)는 환율, 물류비, 관세를 모두 포함해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멸균우유보다 40~50% 가량 저렴하다.


    쿠팡에서 판매 중인 수입 멸균우유.
    쿠팡에서 판매 중인 수입 멸균우유.

    수입 멸균우유가 저렴한 것은 생산 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우유를 생산하는 폴란드의 경우 넓은 초원에 젖소를 풀어 사육한다. 사료비 부담부터 크게 더는 생산 구조인 셈이다. 반면 국내 목장에서는 운영비의 55% 정도를 사료비로 투입하고 있다. 사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 지금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는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수입 멸균우유는 재고 관리에 민감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알려져 있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향과 맛에서 일반우유와 큰 차이를 못느껴 지난해부터는 화채 만들 때 수입 멸균우유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B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최근 수입 멸균우유로 갈아탔고, 손님들 반응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이르면 연내 우유 가격 인상이 전망되는 국내 유업계도 수입 멸균우유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낙농업계는 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들고 역대 최고 수준의 원유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열리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가격연동제'를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개편하는 안건이 의결되고 나면 국내 원유가격 인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유업계 관계자는 "수입멸균 우유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지고 대신 선호하는 제품이 되고 있다"면서 "수입 멸균우유 유입이 지속되면 국내 우유 시장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수입산이 점령한 치즈의 길을 우유가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