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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세 붕괴 신호 '역월세' 등장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10/17 10:06:26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집주인이 되레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락한 전세보증금 차액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궁여지책으로 세입자의 전세대출 이자나 관리비를 대신 내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른바 역월세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집 주인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역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임대차 시장에서는 역월세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는 용인 '죽전 월드메르디앙' 전용 147㎡의 급전세 매물이 올라왔다. 급전세 가격은 5억7000만원으로 같은 평형 전세 시세인 6억9500~7억보다 2억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해당 매물을 올린 집주인은 '특전'이라며 "임대인이 매월 30만원을 관리비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표기했다.


    역월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집값 급등기에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 투자자들이 급락한 전세금 차액이나 담보대출 비용을 상환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세 계약 당시 7억원이었던 전세금이 만기 시점에 5억원으로 떨어진 경우 세입자가 낮아진 전세금으로 재계약을 요구할 때 집주인은 전세 만기시점에 2억원의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집주인이 2억원을 즉시 상환하면 문제가 없지만 최근 처럼 금융권 대출이 팍팍해진 상황에 급전으로 2억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역월세는 대구, 세종 등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린 지방 대도시에서 주로 나타나는 양상이지만 향후 수도권으로 넘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전셋값이 급락한 지방 대도시에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집주인들이 종종 월세를 돌려주는 경우가 나타난다. 지방뿐 아니라 매매,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는 인천, 화성 등 수도권 대도시까지 역월세 현상이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서울에서도 집주인이 하락한 전세보증금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역전세'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계약을 갱신한 전세 거래 가운데, 종전 보증금 대비 낮은 가격으로 갱신한 계약은 12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84건 대비 49%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32건), 대구(31건), 경기도(27건) 등에서 많았고 세종 8건, 인천 7건, 부산 5건, 전남 3건, 경남 3건, 광주 2건, 대전 2건, 울산 2건, 강원도 1건, 충남 1건, 경북 1건 순이었다.


    하락한 전세보증금 차액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했다. 서울의 경우, 종전 보증금 평균액은 3억4345만원이었는데 갱신 보증금은 2억8217만원으로 6128만원 낮았다. 집주인들이 갱신계약하면서 평균적으로 60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줬다는 의미다.


    전세가격 통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억1474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3억1952만원을 기록한 후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가 하락폭은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최근 5개월 간 전국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03%→-0.05%→-0.08%→-0.16%→-0.45%로 확대됐다. 8월 기록한 -0.45%는 2019년 4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세입자가 '갑'이 되는 세입자 우위 시장은 심화하는 중이다. 공급과 수요의 우위를 살펴볼 수 있는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을 보면 전세의 경우 지난달 29일(한국부동산원) 기준 90.2로 2019년 11월 11일(88.3) 이후 가장 낮았다. 수급동향은 0에 가까울수록 공급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공급우위의 분위기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월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8383건으로 전년 동기(2만2682건) 대비 69.2% 증가했다. 전세 공급이 쏟아지면서 갈수록 세입자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전세가격 전망은 앞으로 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역월세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가 위축될 경우 나중에 보증금을 올릴 수 있는 전세거래가 매매보다 더욱 탄력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셋값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역월세는 전셋값이 떨어져 역전세난이 심해질 때 주로 나타나는데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