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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 총파업] 철길·도로 멈춘 의왕ICD…건설 골조 '셧다운' 우려

    출처: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2/11/24 09:00:12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과 수원 인근 건설현장 앞은 평소보다 한가한 모습이다. 콘크리트 운송차량은 물론 레미콘 차량도 드나들지 않는 상황. 오송역 철도 근로자 사망사고에 이어 화물연대 파업이 진행되면서 시멘트→레미콘→골조공사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붕괴된 탓이다.

    수도권 남부 시멘트 물류의 40%를 차지하는 오봉역과 의왕ICD 인근 도로는 인파로 가득 채워졌다.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와 레미콘 차량이 움직여야 할 도로를 화물연대 시위차량이 막은 탓이다. 그리고 이곳은 파업 참여자들의 단체행동 장소가 됐다. 거리에는 '총파업', '투쟁',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전품목 확대'라는 깃발이 나부꼈다.


    도로를 점거한 화물연대ⓒEBN
    도로를 점거한 화물연대ⓒEBN

    "레미콘사들이 하루 이틀은 어떻게든 출하시키겠지만 그 이후론 안될걸요? 오봉역 사고 이후에는 사실 이곳 물류가 정지됐거든요. 앞에 보이는 사일로(시멘트 저장고)들도 텅텅 빈 상태거든요. 레미콘이 서면 집 못 짓는거죠 뭐"

    이날 파업 현장에서 만난 A씨는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입' 파업 참여자다. 이번 파업과 본인은 별 관련이 없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이기에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했단다.

    A씨에 따르면 의왕ICD의 시멘트 운송은 이미 멈춘 상태다. 인근 시멘트사들은 지난 5일 코레일 직원 열차 사망사고 이후엔 새로운 물량들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철도 운송이 중단된 탓이다. 사일로에 담아뒀던 물량들은 사고 2~3일만에 모두 비워졌다. 일부 기업은 열차 대신 덤프트럭을 이용해 원자재 운송에 나섰지만 수급처가 단양, 제천 등 지방인데다 운송 효율도 열차보다 떨어져 많은 비용 지불에도 불구하고 항상 물량이 부족했다고 한다.

    의왕기지의 한 시멘트 공장 담당자도 비슷 한 말을 전했다. 한일현대시멘트, 성신양회를 비롯해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시멘트 7개 사 모두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출하량을 보였단다.

    ⓒEBN
    ⓒEBN

    시멘트 운송이 정지되자 건설사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시멘트가 없으니 콘크리트를 납품하는 레미콘사들도 제품을 제 때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콘크리트 수급이 골조공사의 기본이 되는 만큼 시멘트에서 레미콘, 콘크리트 타설로 이어지는 연결망이 끊어지면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인근 공사현장의 골조공사 담당자는 "오봉역 사고 이후에는 사실 이곳 물류가 정지되긴 했다"라며 "최근 2주간 레미콘사들 납품한 물량은 당초 발주량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화물연대 파업이라고 하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줄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골조공사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12월 중순 이후 공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콘크리트의 특성상 영상 4도 이하의 기온에서는 타설이 불가능하다. 이에 건설사들은 혹한기 이전에 골조공사를 진행하고, 혹한기에는 내부 마감(미장, 내장), 창문 틀 장착 등 소일거리로 공정을 채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골조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내부작업 또한 진척을 내지 못한다"라며 "파업이 장기화 되면 공사 기간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6월의 경우 파업 기간이 길지 않았고 레미콘사들이 쌓아놓은 재고도 있었기 때문에 골조작업 중단 기간이 길지 않았다"라며 "이번 파업은 시멘트 재고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파업이 중단 이후에도 콘크리트 수급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