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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오프닝㊤] "중국은 양날의 검"…뷰티업계 '투트랙 전략'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2/15 14:58:18
중국 애국소비 열풍으로 K브랜드 영향력 약해져
뷰티업계 북미·유럽·일본 등 새 시장 개척…중국 의존도 낮추기 전략
"요즘 중국인들이요? 우리나라 화장품 안 써요."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 '궈차오(國潮)', 즉 애국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우리나라 브랜드는 물론이고 글로벌 브랜드들도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올해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국내 뷰티업체들의 근심은 여전하다. 한동안 먹여살리다시피했던 중국이었지만 이제는 취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시장이 된 탓이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여야만 생존이 가능해졌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뷰티업계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나란히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LG생활건강은 18년 만에 매출이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7조1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44.9% 감소한 711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만 보면 매출은 1조8078억원, 영업이익은 1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46.5%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만만치 않게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6% 감소한 4조4950억원, 영업이익은 23.7% 감소한 2719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매출액은 4조1349억원, 영업이익은 2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 37.6% 줄었다.
두 회사가 이처럼 휘청거린 배경에는 '중국 리스크'가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반복된 코로나19 재확산과 그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로 소비가 둔화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힌 것. 중국 현지에 진출한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이고 국내로 여행 오는 중국 관광객까지 급감해 안팎으로 손해가 컸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설화수 176개, 라네즈 341개, 이니스프리 126개 등 600개가 넘는 매장을 중국에서 운영 중이다. LG생활건강은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된 형태로 현지에서 2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사가 해외로 수출하는 화장품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서 많게는 70%로 압도적이다.
작년 실적과 관련해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의 시황 악화 및 소비 둔화로 면세점과 중국 현지 매출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도 "아시아 매출 감소로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1년 내내 반복된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부터는 뷰티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 완화와 경기 부양 조처로 소비가 회복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월 이후 중국 리오프닝 및 소비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화장품 업체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 폭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낙관적인 분석에도 불구하고 뷰티업계는 새 활로를 모색 중이다. 최근 들어 중국 내에서 'K뷰티 파워'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뷰티상품 경쟁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 중국 내 애국소비 열풍이 불면서 차이나뷰티 인기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온라인 행사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에서 K뷰티 브랜드 영향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2020~2021년까지만 해도 광군제 기초화장품 매출 10위권에 '후', '설화수' 등이 이름을 올렸지만 2022년에는 중국 토종 브랜드가 대거 약진했다.
국내로 여행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행태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면세점이나 명동 등 로드샵에서 화장품을 싹쓸하던 중국인 관광객을 지금은 찾기 어려워졌다. 때문에 정부가 최근 중국 여행객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재개했음에도 뷰티업계 기대감은 이전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뷰티업계는 이제 중국 시장보다 일본과 북미, 유럽, 중동 등 새로운 시장 진출에 화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해외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험을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2월 이정애 사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하고 글로벌 뷰티회사 도약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해외사업 확대를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중국과 미국 양대 시장을 모두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중국은) 시장과 고객변화 방향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와 현지 유통기반 확대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미시장과 관련해서는 "현지시장과 고객특성에 맞는 브랜드, 제품준비와 현지사업 운영역량 보강을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중국 오프라인 사업을 줄이는 동시에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력 브랜드를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아세안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도 인수해 중장기 성장 동력도 마련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가 풀린다 해도 변수가 워낙 많은 시장이라 리스크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올해 국내 뷰티업체들은 그간 중국에 몰아 담았던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