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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형조선소 ‘수익성’ 청신호…금융권은 RG발급 '발목'

    출처:bada.ebn    편집 :编辑部    발표:2023/05/11 17:35:13

    러시아 전쟁 여파 선박수요 증가세

    더 높은 선가 제시하는 선사와 계약

    수주량 늘어나며 RG한도 확대 시급

    신중한 은행권 "검토중이다" 대답만




    케이조선(사진 왼쪽)과 대한조선(사진 오른쪽)이 건조한 유조선.ⓒ각 사케이조선(사진 왼쪽)과 대한조선(사진 오른쪽)이 건조한 유조선.ⓒ각 사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등에 이어 글로벌 중형조선소(케이조선·대선조선·대한조선·HJ중공업)가 수익성 높은 계약 위주로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영업전략 변화는 석유화학제품선 시황 개선에 따른 발주문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낮은 신용등급 등을 이유로 금융권이 RG 발급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유조선 시황 개선과 함께 발주문의도 증가하면서 중형조선사의 선별수주에 나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거리 운송이 증가한 것이 선박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조선가보다 재매각(Resale) 가격이 더 높아지고 선령 5년 미만의 중고선 가격도 신조선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재매각·선령 5년 미만 중고선 가격의 상승은 신조선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발주문의가 늘어남에 따라 중형조선소들은 수익성 높은 수주건 위주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발주문의 증가에도 웃을 수 없다. 2016년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렸던 중소조선소들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다. 국책은행들은 줄어든 일감과 낮아진 신용등급을 이유로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한도를 크게 낮췄다.


    2020년 이후 선박 수주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축소됐던 RG 한도는 확대되지 않았다. 이는 중형조선소들이 더 많은 선박 수주에 나서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조선 '빅3'가 2026년을 넘어 2027년 납기까지 수주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형조선소들이 2025년 일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RG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인도해야 한다. 1~2년 전 대비 선박가격이 크게 높아졌다. 한 척을 인도해서 한 척에 해당하는 규모의 RG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MR탱커 시장가격은 2020년말(3400만달러) 대비 1200만달러 상승했다.


    늘어나는 수주에 국책은행의 대응이 절실하다. 정부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빚좋은 개살구다. 시중은행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울산 조선산업 현장을 방문해 차질 없는 수주활동을 위한 선수금환급보증(RG) 추가지원 등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RG 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 금융권 외에 서울보증보험,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 3개 기관을 발급기관으로 추가하고 무역보험공사가 복보증을 지원하는 조건도 RG 분담제 전체 한도 85% 이상 소진에서 참여 금융기관의 개별 한도 70% 이상 소진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대형사와 달리 중형조선소는 만성적인 RG 한도 부족으로 선박 수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형조선소에 무역보험공사의 특례보증 비율을 85%까지 확대하고 총 지원 규모도 1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향후 RG 수요를 보아가며 금융지원 규모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마련해 나가겠다"며 "총 여신한도를 초과하는 RG 발급 특별승인 건에 대해 금융기관에 대한 면책 등 보호장치 마련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지원의 핵심은 중형사 RG 발급에 대한 시중은행의 참여 여부다. 무역보험공사가 보증 한도를 늘리고 조건을 완화하더라도 보증을 지원할 수 있는 RG가 발급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한국조선해양 계열 조선 3사에 1억달러 규모로 RG를 발급하기로 한데 이어 부산·경남·광주은행도 지역 소재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와 같은 정부의 발표가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5만1000DWT급 MR(Medium Range)탱커의 최근 시장가격은 4600만달러인 반면 재매각 가격은 5000만달러, 선령 5년 미만 중고선 가격은 4200만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선박을 확보하려는 선사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0년대에는 10척의 시리즈선을 수주하면 일감부족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시리즈선도 높은 선가를 제시하는 선사 위주로 최대 4척까지만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바뀌게 됐다. 향후 선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발주문의도 늘어나 선별수주를 지속될 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동부지역으로 향하는 화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도 증가하고 있다. 신 파나마운하보다 적체현상이 덜한 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선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LR1(Long Range1)에 대한 발주문의도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은 자국 조선업계가 단 한 척이라도 더 수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중형조선소들은 금융권이 RG 발급을 거부해 선박을 수주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금융권이 수출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을 견디며 생존에 성공한 국내 중형조선소들은 그 과정에서 부실을 털고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본격적인 실적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