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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탁주 세제 개편에…냉가슴 앓던 업계 ‘반색’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07/28 16:48:58
정부 ‘맥주 물가 잡기’ 나서…물가 연동제 폐지
세금 인상·인하 칼자루 사실상 주류업계에 넘겨
정부가 맥주·탁주 세제를 개편한 가운데 그간 세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맥주·탁주 업계가 가격을 올릴 경우 주종 간 형평 문제로 정부가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어 사실상 ‘반쪽짜리 정책’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그간 맥주·탁주 등 주류 종량세에 적용된 ‘물가 연동제’를 폐지했다. 지난 2020년 시행된 종량제 기반 물가 연동제로 인해 맥주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제도 개선을 통한 ‘맥주 물가 잡기’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물가 연동제는 매년 물가상승률이 주세율에 의무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어 소폭의 인상이 대폭적인 주류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정부 조사 결과 2020년 이후 맥주 1병(500ml)당 세금은 3~15원 수준 인상에 그쳤지만, 소비자 가격은 500~1000원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은 법률로 기본세율을 정하고 시행령으로 기본세율의 ±30% 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시행령으로 규정된 맥주·탁주의 기본세율은 맥주는 리터당 887.7원, 탁주는 리터당 44.4원이다. 기본세율은 법률로 상향입법하고 국회에서 비정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 이후 제조장 반출 또는 수입신고 분부터 적용된다.
관건은 주류 회사의 가격 인상 여부다. 당장 정부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인상되더라도 주류 가격 변동이 없을 경우 탄력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맥주·탁주 주세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맥주·탁주(종량제)는 발효주로 증류주인 소주(종가세)와 달리 수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소주의 경우 제조장 출고가에 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가 붙는 방식으로 세금이 사실상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반면 맥주·탁주는 출고 수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세금이 전가되지 않고, 주류 회사가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다. 주세가 늘면 맥주·탁주 회사의 마진이 줄고 주세가 줄면 이익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정부는 세금을 ‘고정값’으로 두고 주류 회사의 가격 인상 여부에 따라 탄력세율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정부가 먼저 세금을 올리고 주류 회사가 가격을 올리느냐(현행 제도), 주류 회사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이에 따라 정부가 세금을 올리느냐(개선안)로 이른바 ‘선·후’만 바뀐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주류 회사에 세금 인상·인하 ‘칼자루’를 쥐여준 셈이다.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주류 회사가 가격을 올릴 경우 탄력세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면서 “반대로 주류 회사가 가격을 낮출 경우 탄력세율도 낮게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통상 물류비·인건비·원재료는 물가에 연동해 오르기 때문에 주류 회사가 맥주·탁주 가격을 인하할 것이란 기대는 어렵다. 주류 회사가 ‘소비자 물가 안정’이란 정부 정책 대의에 공감하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내리는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주류 회사가 맥주·탁주 가격을 올릴 경우 정부가 덩달아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종 간 조세 형평’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종가세(소주 등 증류주)의 적용을 받는 주종의 경우 가격을 올리면 세액이 올라가지만, 맥주·탁주의 경우 가격이 오를 때 세금(탄력세율)을 올리지 않으면 주종 간 형평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맥주 업계는 지난 4월 세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3년 새 급등한 맥주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과 정부의 지적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주저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금과 비용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누적 손실금만 사별로 1년에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맥주 업계는 그간 세금뿐만 아니라 물류비·인건비 등 다른 비용도 반영해 가격을 올린 것인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같은 오해가 불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연동제를 반영해 매년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물가 연동제가 없어지면 세금에 편승해 가격을 올린다는 오해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