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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5mm·클래드 후판 다 만든다…‘고부가 후판’ 산실 동국제강 당진공장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3/09/04 17:25:16

    손 많이 가는 극박물·특수후판 제조…틈새시장 개척
    100% 주문생산·7일 ‘로켓배송’…10년 만에 흑자전환
    “‘25~26년 특수후판 비중 10%↑…안정적 이익 창출”


    지난 8월 30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달궈진 슬래브를 압연 공정하고 있다 [제공=동국제강]

    지난 8월 30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달궈진 슬래브를 압연 공정하고 있다 [제공=동국제강]


    “동국제강 후판공장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하지 않는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 후판을 만듭니다. 기술력은 물론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맞춤 영업을 통해 지난 2021년 10년 만에 흑자전환했습니다.”


    지난 8월 30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만난 김지탁 당진공장장(상무)는 이 같이 말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의미한다.


    충청남도 당진시에 위치한 동국제강 당진공장은 동국제강의 유일한 후판 공장이다. 국내 ‘고부가·특수 후판’의 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압연 라인 1기를 보유하고 연간 150만톤 규모의 후판을 만든다. 150만톤 중 20%가 조선향 후판이고, 60~70%는 후판 고급강 제조기술로 만든 후판과 6mm 미만의 극박물 후판이다.


    동국제강 후판 생산라인에 들어서니 2기의 가열로가 반겨줬다. 가열로에서 달궈진 새빨간 슬래브(철광석을 녹여 만든 쇳물을 굳혀 제조한 직사각형 모양의 철강 반제품)가 롤러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도는 무려 1100~1150도.


    이 슬래브가 폭 5m, 길이 100미터의 압연로를 왕복하면서 본격적인 압연 공정이 시작됐다. 1만1000톤까지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메인 압연기가 슬래브를 눌러 얇게 만들고 슬래브가 압연로를 왕복하는 동안 고압수를 뿌려 산화된 불순물을 털어줬다.


    압연로를 몇 번 왕복하느냐에 따라 후판의 두께가 달라지는데 이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매번 다르다고 한다. 압연 과정을 다 거치면 감마레이로 후판의 두께가 주문에 맞게 나왔나 측정한다.


    다음 공정은 동국제강 후판의 특장점을 집약시킨 TMCP(Thermo-mechanical control process, 열가공제어법) 공정이다. 후판 고급강 제조기술로 강도와 용접 용이성을 높일 수 있다.


    이금재 동국제강 후판생산팀 부장은 “일반적으로 후판의 강도를 높이려면 탄소를 많이 넣어야 하는데 이러면 용접이 어렵다”며 “강도와 용접 용이성을 다 확보하기 위해서 TMCP 공법을 사용한다. 압연된 후판에 물을 뿌려서 맞춤 설계된 최종온도를 맞춘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TMCP 공법 등 기술력을 총집합해 극박물 후판, 특수 후판(스테인리스 후판·클래드 후판 등)을 만들고 있다. 이 부장은 “두께 5mm의 박물후판은 일반적인 6mm 후판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국내에서 동국제강만 생산한다”며 “판이 얇을수록 평탄도가 좋지 않은데 생산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작은 선박이나 페리, 유람선에 주로 들어간다.


    클래드 후판도 국내에서 동국제강만 유일하게 만든다. 클래드 후판은 서로 다른 금속을 결합해 각 금속의 장점만을 취한 후판으로 동국제강이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그전까지 전량 수입해오던 클래드 후판의 국산화에도 기여했다. 그동안 연간 1만5000톤 정도 수입됐었기 때문에 국내 평균 수요를 1만톤으로 보고 그만큼을 최대 생산능력으로 잡았다.


    이 부장은 “동국제강의 클래드 후판은 내부식성과 고강도를 동시에 확보했다”며 “공정에 손이 많이 가서 전 세계적으로 만드는 데가 별로 없지만, 후판 중 가장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압력용기 및 플랜트, 라인파이프 등에 쓰인다.


    이후로 후판이 열간 조정기에서 평평하게 펴지고 냉각대에서 식혀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뜨거운 상태로 자르면 후판의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다 식혔으면 정전라인으로 간다. 여기에서 고객이 원하는 폭, 길이, 두께로 자른다. 두께 5~200mm, 길이 3~25m, 폭 1~4.8m까지 생산 가능하다. 대형 커터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8월 30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후판이 식혀지고 있는 모습. [제공=동국제강]

    지난 8월 30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후판이 식혀지고 있는 모습. [제공=동국제강]


    동국제강 후판 사업부는 10년 연속 적자를 깨고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10%에 거의 근접했다.


    김 공장장은 “흑자전환의 일등공신은 부하제(절단·가공 등 많은 공정이 투입되는 제품을 통칭)”라며 “손이 많이 가지만 회수율, 생산성을 높여서 흑자를 일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흑자전환 효자로는 동국제강의 온라인 철강몰 스틸샵을 통한 ‘로켓배송’을 들었다. 후판은 주문에 따라 강종과 사이즈가 정해지기 때문에 100% 주문생산 제품이다. 이에 납기가 2~3개월 밀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스틸샵에서 주문하면 7일 이내로 고객사에 직접 배송해준다. 이는 김 공장장이 낸 아이디어다.


    그는 “철강 전자상거래를 후판이 제일 먼저 시작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때를 제외하곤 납기를 못 맞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도입 초기엔 내일 저녁까지 후판을 배송해 달라는 급한 고객사의 전화를 받고 그날 저녁에 압연라인에 넣고 밀어서 다음날 아침에 출하해 줬다”고 말했다.


    김 공장장은 올해도 후판 사업부 흑자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미 상반기에 작년 연간 영업이익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동국제강 후판 사업은 1조5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10%를 가정하면 영업이익은 1058억원 가량이 되는 셈이다.


    김 공장장은 2~3년 전에 세운 중기 목표도 밝혔다. 그는 “오는 2025~2026년까지 전체 생산량의 10%를 특수 후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렇게 된다면 후판 사업은 안정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3년 후에 특수 후판 생산 비중을 현재의 2~3배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어 “일반적인 걸 하면 우린 살아남을 수 없다”며 “하루에 400장 이상의 슬래브를 압연하고 1000장 이상의 후판 제품이 나가는데 생산량은 중요하지 않다. 이익이 되는 클래드·스테인리스 등 특수 후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