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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코멘터리] 금융위 비서실 ‘엘베 대기’에 3세 어린이 4층까지 걸었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2/02 09:22:18
정치권이나 부처 장관들에 대한 과잉 의전은 종종 도마에 오릅니다. 특히 일반 대중들과 마주하는 현장에서는 이들의 사소한 행동까지 논란이 됩니다. 수행비서들이 뿌리 깊은 관행에 얽매여 ‘과잉 의전’을 챙기기 바빴다는 비난도 나옵니다.
1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울 구로구 ‘IBK창공 구로’가 위치한 건물에서 기업간담회를 주재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은 IBK가 창업지원한 기업인들을 만나 성과를 듣고 격려할 예정이었습니다. 현장 건물 1층에서는 김 위원장 수행비서들로 추정되는 금융위 관계자들이 엘리베이터를 막아서며 타지 못하게 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1분 뒤 김 위원장이 도착해 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니 죄송하지만 계단으로 가 달라”고 말했습니다. ‘IBK창공 구로’는 해당 건물 5층이었습니다. 행사장을 가야 했기에 일단 기자는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에는 앞서 영아 2명이 각자 보호자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족히 2~3세 어린아이들로 보인 영아들은 계단 하나하나 오르기도 벅차 보였습니다. 그 건물 4층에는 ‘IBK참좋은어린이집’이 자리 잡고 있었지요. 시간이 오전 9시20분께였으니 한창 어린이들이 등원할 시간이기도 했을 겁니다. 4층까지 어린아이들을 걸어가게 한 것 같아 기자는 씁쓸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성인도 아니고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4층까지 걸어가게 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수행비서들도 의전을 정도껏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과잉 의전’은 자주 비판받는 소재입니다. 경직된 공무원 사회를 비롯해 정치권과 국회 등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관행이지요. 의전 대상자의 개인적 요구나 관습적인 분위기, 의전 수행자의 자처한 행동 등 다양한 이유로 아직 이런 행태가 계속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물론 상황적으로 봤을 때 김 위원장이 ‘엘베 대기’를 지시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날 진행된 기업간담회에선 6명의 청년 사업가가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바쁜 창업자 분들을 이 행사에 오시게 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금융위가 청년기업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 정보가 투명해면 이런 의전 관행은 점점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도 의전보다 ‘자연스러움’을 선택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살펴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퍼붓는 눈발 속에서 우산을 쓰지 않았습니다. 경호원의 ‘우산 의전’이 없었기에 ‘과잉 의전 논란’의 여지는 없었다는 게 세간의 얘기입니다.
한 공무원에 따르면 과잉 의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관료사회에서 의전은 성과 평가와 직결되어서 입니다. 그래서 수행비서나 의전 수행자의 자발적이고 과도한 의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허의도 시인은 2017년 8월에 출간한 <의전의 민낯: 겉치레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를 통해 ‘젊은 인재들이 의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외국으로 탈출하는 웃픈 현상을 외면하지 말라’고 꼬집습니다. 모두 익숙해지면 의전은 마약이 되고 만다는 질타와 함께 ‘의전해체’란 이름의 뉴노멀 바람을 불어넣자는 제안도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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