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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안보공방’…‘HD현대·한화’ 2주간 일지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3/12 08:52:20

    경찰 고발 나선 한화오션 “HD현대重 임원 개입 정황”
    함정·특수선 양대 사업자 본격 대립…‘공개적 헐뜯기’
    한화오션도 2016년 보안사고 감점…직원만 ‘경징계’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 [제공=HD현대]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 [제공=HD현대]


    함정·특수선 분야 국내 양대 사업자 간 갈등이 신경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 유출’ 관련 보안사고를 낸 HD현대중공업에 대해 부정당제재 조치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부터다.


    해당 기밀 건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과 관련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에서 작성한 자료다. 작년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방사청은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는데, 한화오션이 형사 고발을 통해 이를 밝혀내고자 한 것이다.


    경찰 고발 한화오션 “HD현대重 임원 개입 정황”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4일 KDDX 개념설계 기밀 유출 등과 관련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된 사실을 수사해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접수했다. 이 사건은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에 배정됐다.


    경찰은 이미 방사청 고위 간부(왕정홍 전 방사청장)가 HD현대중공업에 KDDX 개념설계 입찰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건과 함께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개입한 여부까지 수사 선상에 올렸다.


    한화오션은 경쟁사 고발장 제출 후 이튿날(5일) 입장 설명회를 열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직접 확보한 형사사건 기록 ▲방사청이 보유한 판결문 일부 등을 공개했다. 군사기밀 자료 열람 및 동영상 촬영 등을 보고한 사안과 결재 계통에 있는 상급자들의 인지 여부 등이 포함됐다.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 정황을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형사고발을 하게 된 경위 설명 [사진=EBN]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형사고발을 하게 된 경위 설명 [사진=EBN]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형사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탐지·수집·누설 범행의 방법은 임원 등 경영진 개입 없이는 계획 및 실행 불가능하다”며 “관련 범행이 알려진 이후 HD현대중공업 차원의 사건 은폐 정황이 의심되는 사정도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의 판결문 열람 금지 신청으로 방사청 제재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분명히 짚었다. 구승모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 측에서 판결문 열람 제한 신청을 하면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직원들이 어떤 혐의로 어떻게 처벌을 받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며 “방사청도 판결문 획득이 어려워 제재가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본격 대립…‘공개적 헐뜯기’

    한화오션의 고발장 접수를 시작으로 양측 간 전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방사청 심의 결과를 앞두고 해당 지역구 의원발(發) 신경전을 펼쳤던 것보다 한층 더 격화되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설명회 후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사측은 “문제가 제기된 사안은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됐다”며 “발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 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화오션은 경쟁사 임원 개입 여부를 암시하고 있는 설명회 근거 자료가 ‘군에서 공개한 원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되레 판결문 열람 제한 신청을 건 HD현대중공업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화오션 측은 “군에서 제공받은 기록 전체를 공개하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며 “처벌 받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기록 전체를 갖고 있을 것이므로 모두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애초에 HD현대중공업 측에서 판결문 열람 제한 신청을 하는 등 기록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고, 이로 인해 방사청에서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이제 와서 HD현대중공업은 오래된 사건이니 넘어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함정 [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한 함정 [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도 2016년 보안사고 감점 처분…직원만 ‘경징계’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불법취득 행위와 관련 임원 개입 여부에 대한 실체 조사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다.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체계상 군사기밀 수사 범위는 군 내에서 직접 취득한 자와 제공한 자에 한정된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 수사는 대상에서 배제되는 만큼 수사 체계상 불가피하게 누락됐던 사안을 짚어보자는 취지다.


    무엇보다 ‘진짜 페널티’에 대한 범위를 재조명하고 있다. 보안 감점은 적격 수급인을 선정하기 위한 하나의 평가 기준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가감점 여부는 극복 가능한 사안으로 진짜 페널티는 ‘입찰 참가제한 제재’라는 게 한화오션 측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성립 여부를 가를 HD현대중공업의 임원 개입 여부를 경찰 수사로 밝혀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 보안규정에 따라 지난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정부 발주 입찰에서 1.8점의 보안감점을 적용받고 있다. 이번 입찰 참가 제한 제재 위기를 벗어나게 되면서 이중 처벌 우려도 해소하게 됐지만, 한화오션의 고발장 제출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 됐다.


    방사청 페널티를 둘러싼 온갖 잡음이 난무하면서 2016년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보안사고 감점을 받았던 사례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당시 북한 해킹 건으로 설계 도면 유출 의혹 등이 제기됐다. 해킹 경위와 관련 기무사령부 조사 과정(2016년 4~10월)에서 NAS 서버에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다량 보유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한화오션은 1년간 보안사고 감점(1.5점)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업계는 한화오션이 보안사고 감점을 적용 받은 것 외 어떠한 법적 처벌도 받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군사기밀 유출과 연루된 직원 10여명에 대해서도 기무사의 중징계 권고와 달리 내부 징계 기준에 따라 경징계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고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경쟁사 기밀 탈취가 아닌 한화오션 내부에서 적발된 보안사고라는 점이다. 다만 군사기밀유출 혐의 자체가 성립된 것은 HD현대중공업 사례와 다르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에 따라 기술 유출 위협도 증대되고 있지만, 그간 발생한 보안사고 중 일부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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