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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법㊥] 美·플랫폼·스타트업 반대에…코너 몰린 공정위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2/21 09:05:07

    공정위원장 플랫폼법 제정 의지에도…반발 속 ‘원점 재검토’ 수순

    美 상의 “플랫폼법 법안 통과 성급”…‘통상 이슈’로 공정위 압박

    알리·테무 크는데…업계는 플랫폼 주도권 中에 넘겨줄까 ‘노심초사’

    여당은 ‘최소한 규제’·야당은 ‘강한 규제’…결국 공은 22대 국회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제공=연합]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제공=연합]

    플랫폼 공쟁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너에 몰렸다. 국내 대형 플랫폼 업체와 스타트업뿐 아니라 미국 상공회의소까지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통상 문제부터 시작해 국내 플랫폼 역차별, 플랫폼 생태계 위축에 이르기까지 플랫폼법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공정위의 플랫폼법 추진은 사실상 좌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플랫폼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 공정위원장은 ‘사명감’이란 단어를 쓰면서 “디지털 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공정위원장은 플랫폼법 제정을 통해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이른바 ‘4대 반칙 행위(자사우대·최혜대우·멀티호밍·끼워팔기)’를 근절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정위 수장이 플랫폼법 제정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당초 플랫폼법은 설 전에 윤곽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 상의, 국내 대형 플랫폼, 스타트업의 반발 속에 공정위는 ‘원점 재검토’로 방향을 틀었다. 당장 미국 상의는 플랫폼법의 ‘무역 합의’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반대 성명을 냈다. 경쟁법의 ‘역외적용’은 글로벌 스탠더드인 만큼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구글, 애플 등이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상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수석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한국이 플랫폼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성급함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여러 국가의 (플랫폼법) 입법을 모니터링한 결과,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성명은 플랫폼법을 ‘통상 이슈’로 끌고 가면서 공정위를 압박한 것으로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미국이 플랫폼법 제정을 이유로 한국을 겨냥한 규제안을 추가적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 통상 문제가 불거질 경우 대미 수출 차질도 불가피하다.


    법 집행 과정에서의 갈등도 예고된다. 미국법상 영업비밀로 공개가 금지된 데이터를 공정위가 조사를 이유로 공개를 요구할 경우 미국 정부와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국내 플랫폼 주도권을 중국 플랫폼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저가 공세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와 테무는 플랫폼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현재 거론되는 플랫폼법 적용 기준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아직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토종 플랫폼만 규제받게 되면 향후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 플랫폼 입점업체가 생산하고 유통하는 상품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 짝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불법상품 구매에 따른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가장 뼈아파 하는 부분은 ‘스타트업’의 반대다. 그간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을 통해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의 반칙행위를 적시에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반칙행위 차단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성장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점을 강조해왔다.


    정작 스타트업은 플랫폼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200여개 스타트업이 가입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난해 12월 27일 성명을 내고 “스타트업 업계를 이중, 삼중으로 옥죄는 규제가 될 것”이라며 “회사가 성장하면 더 많은 규제로 활동이 어려워질 테니 현행 수준을 유지하라는 ‘전족’(纏足) 같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대형 플랫폼과 스타트업을 단순히 ‘경쟁 구도’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문제 삼았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스타트업와 소상공인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대형 플랫폼이 위축될 경우 해당 피해는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넘어야 할 산은 미국·대형 플랫폼·스타트업뿐만 아니다. 공정위가 정부안을 제출하거나 의원입법을 통해 플랫폼을 발의하더라도 결국 국회 본희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플랫폼법 적용 범위를 두고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점은 공정위에 악재다. 플랫폼법 관련해 여당은 ‘최소한의 규제’에 방점을 찍은 반면 야당은 ‘강한 규제’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1월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의 플랫폼 규제 기조에 맞춰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온플법은 플랫폼법의 전신 성격을 띤다. 온플법은 끼워팔기, 자사우대 등 반칙행위 규제에 더해 플랫폼의 손해배상책임까지 물었다.


    당시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쏟아내면서 온플법 제정에 속도가 붙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윤 정부가 국정과제로 온라인플랫폼 자율규제 원칙을 세우면서다. 현재 공정위가 온플법보다 규제가 완화된 플랫폼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야 간 이견은 여전하다. 결국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위의 플랫폼법 제정으로 미국과의 통상 문제는 물론 국내 플랫폼 생태계 위축도 우려된다”면서 “특히 공정위는 입법을 한다고 하면서도 업계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적용 기준조차도 국회에 공유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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