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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위국 탐방①]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 키위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4/12 09:23:03

    365일 쉴 틈 없는 제스프리 키위 재배 과정

    ‘제스프리 시스템’ 맞추기 위한 그로어의 진땀

    올해 목표 출하량 내년 기준 넘은 1.9억 트레이

    뉴질랜드 타우랑가 지역에 있는 키위 농장에 수확을 앞둔 키위들이 달려있다. 이윤형 기자

    뉴질랜드 타우랑가 지역에 있는 키위 농장에 수확을 앞둔 키위들이 달려있다. 이윤형 기자

    [뉴질랜드 타우랑가=이윤형 기자] 뉴질랜드의 ‘키위 시즌’은 남반구의 겨울인 6월부터 8월 중 키위나무의 가지를 쳐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지된 키위나무는 9월에서 11월, 봄 사이 다시 자라나며 이 기간 벌 수분(受粉)으로 꽃이 피고, 곧이어 열매를 맺는다.


    적화(摘花) 작업을 거쳐 적당히 열린 키위 열매는 뉴질랜드의 여름인 12월부터 2월 사이 빠르게 성장한다. 240일간의 긴 성장 과정을 지난 키위는 이듬해 3월에야 비로소 수확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제스프리의 키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뉴질랜드 키위의 79%를 생산해 ‘키위 산업의 수도’라고 불리는 뉴질랜드 베이오브플렌티 주의 중심 항구도시 타우랑가(Tauranga). 지난달 방문한 이곳 키위 농장은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긴긴 노고의 결실을 거두는 시기이지만 농가는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였다.


    당일 작업이 끝난 늦은 오후, 작업자들이 자리를 비운 키위나무밭은 고요한 숲을 연상케 했다. 17㏊(헥타르·1㏊=1만㎡)에 달하는 이 농장은 1980년부터 제스프리 농가를 운영한 43년 경력의 그로어 제프 로데릭(Jeff Roderick)이 운영하는 곳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장 유명한 키위 농장으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뉴질랜드 키위 농장의 통상적인 규모는 3~6㏊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제프의 농장은 뉴질랜드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규모 농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은 ‘제스프리(Zespri) 시스템’에 결격이 없는 모범 농가로 제스프리가 상품화를 앞둔 품종을 시범 재배하는 테스트 농가로도 활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농장주 제프는 제스프리 본사 마저도 조언을 구하는 인물로, 일종의 현직 자문위원이 운영하는 농장인 셈이다.


    실제 키위밭으로 가는 길 중간중간에는 빨간 테이프로 둘러쳐진 별도의 밭도 더러 보였다. 입구에 붙여진 푯말에는 ‘제스프리 스마트 모니터링 프로젝트 진행 중. 내부에서 어떤 과일도 수확하지 마시오’라는 주의문이 붙어져 있었다.


    베태랑 그로어가 운영하는 대규모 농장이라도 제스프리의 키위를 재배하는 일은 결코 수월해보이지 않았다. ‘이제 한 해 농사가 거의 다 끝난 게 아니냐’는 물음에 제프는 무슨 소리냐는 듯 놀란 눈으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농장주 제프 로데릭(Jeff Roderick)이 설익은 키위를 잘라 보여주고 있다. 이윤형 기자

    농장주 제프 로데릭(Jeff Roderick)이 설익은 키위를 잘라 보여주고 있다. 이윤형 기자

    막바지 생육기에 들어간 키위밭에 들어서자 주먹만한 키위들이 무수히 달려 있었다. 바닥은 떼어낸 키위들이 나뒹굴고 키위나무 잎사귀를 피해 내리쬐는 햇빛이 반짝인다.


    키위 재배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밭 입구부터 연신 키위를 골라 떼어내는 제프와 농장 매니저 팀(Tim)의 모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키위농장은 수확을 앞두고도 수시로 적과(摘果) 작업이 이뤄진다. 못생기거나 상처 난 열매를 떨어냄으로써 본격적인 수확 작업 때까지 남은 키위의 크기를 더 키우고 당도도 더 높일 수 있어서다. 말 그대로 상품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제프는 “리젝트(상품성이 떨어져 배출되는) 키위들은 ‘제스프리 시스템’을 통과할 수 없어 어차피 출하하지 못한다”며 눈앞에 있는 큼지막한 키위를 또 하나 떼어내 바닥으로 던졌다. ‘둑’ 떨어지는 소리만으로도 과실이 얼마나 묵직한지 짐작이 됐다.


    이렇게 떨어지는 과일은 전체 생산량에 50%에 달한다. 인근 지역에서 키위 농장을 운영하는 데비 푸시너(Debbie Puchner)는 “꽃이 피는 10월, 작게 맺히는 열매부터 3월 수확기 큼지막한 열매까지 적화작업과 적과작업은 우리 키위 그로어들에게는 숙명과 같은 일”이라며 “꽃부터 열매까지 리젝트양을 다 따져봤을 때 생산량의 절반 수준을 떨어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확기를 앞두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 적과 작업과 동시에 수피(樹皮)를 벗겨내는 박피 작업을 병행하기도 한다.


    나무껍질을 벗겨냄으로써 열매가 흡수하는 수분을 줄여 당도를 높이는 것이다. 잎에서 만들어진 광합성 양분은 박피 부위보다 위쪽에 축적돼 과실의 크기가 증대되는 동시에 숙기(熟期)를 빠르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제스프리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배 과정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적과 작업에 손을 놓지 않는 것은 키위가 그만큼 예민한 과일이라는 이유도 있다. 과일 중에서도 껍질이 얇은 키위는 냉해와 바람에 취약하다. 작은 가지 하나에 대여섯개씩 다발로 열리는 특성상 바람이 불면 열매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상처가 나기 쉽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키위 농가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키위밭 주변으로 5m 정도 높이의 방풍림을 세운다. 농장 관계자는 “방풍림이 있어도 이렇게 수시로 적과 작업을 하는데, (방풍림이)없으면 이 지역 농장에서 자라는 키위들 대부분이 리젝트일 겁니다”라고 귀띔했다.


    농장주 데비 푸시너(Debbie Puchner)가 농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형 기자

    농장주 데비 푸시너(Debbie Puchner)가 농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형 기자

    일부 농장에서는 냉해를 대비하기 위해 서리방지 시스템을 설치하기도 한다. 데비 푸시너는 “1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캐노피 위에 물을 뿌리며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일정 온도(약 5도)를 달성하면 기계의 전원 장치가 자동으로 꺼지며 서리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위를 한번 키우고 수확하는데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키우기만 한다고 다 출하되는 것은 아니다. 제스프리는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한 키위는 수확·출하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확기 각 농가에서 자란 키위 샘플을 본사 운영 기관에 맡기고 통과 사인을 받아야 수확을 할 수 있다. 농장들이 키위 상품성을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이유다.


    이렇게 어렵게 재배된 키위더라도 당도와 영양성분, 농약잔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역시나 상품화되지 못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제스프리 시스템’이라 부른다.


    자칫 거대 기업이 농장들의 출하품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 자발적인 관리에 가깝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농가의 협동조합으로 100% 뉴질랜드 농가 소유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워렌 영(Warren Young) 제스프리 이머징 마켓 파이낸스 매니저는 “제스프리가 농가에게 혜택을 주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제스프리는 활발한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통해 농가에서 재배한 키위를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해 농가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전 세계 재배 농가에는 선진화된 키위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생산성을 향상함으로써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워렌 영(Warren Young) 제스프리 이머징 마켓 파이낸스 매니저가 ‘제스프리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형 기자

    워렌 영(Warren Young) 제스프리 이머징 마켓 파이낸스 매니저가 ‘제스프리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형 기자

    워렌은 또 “농가와 계약해서 과일을 사들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가의 재배 기술을 향상시키고 재배 과정부터 품질을 관리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프리미엄 과일을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이는 곧 제스프리의 맛과 품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제스프리가 말하는 품종 개발은 단지 그린 키위나 골드 키위 같은 종류가 아니다. 같은 키위라도 더 잘 자라고, 더 당도가 높고, 더 과육이 단단한 우수 종자를 계속해서 발굴해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워렌은 “다양한 재배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 검증하고 있으며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키위 농가에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꼼꼼한 관리 덕에 대부분의 농장에서 수확되는 키위는 상당한 규모다. 제프의 농장에서는 1㏊당 1만8000 트레이, 총 30만6000 트레이가 생산된다. 한 개 트레이 당 키위는 3.5㎏으로 약 30개가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이곳에서만 1년에 900만개 이상의 키위가 생산되는 셈이다.


    올해는 키위 작황 상태가 좋아 면적 대비 키위 재배량도 늘어났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현지의 키위 생산이 원활이 진행됨에 따라 올해 목표 출하량을 2025년도로 예상했던 볼륨을 넘어 역대 최대 수준인 약 1억9300만 트레이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스프리의 목표 출하량을 개당 키위로 환산하면 단순 계산으로 60억개에 달한다. 생산량이야 문제 없다 해도 이 많은 키위들이 무사히 출하, 수출되기 위해서는 아직 몇가지 절차가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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