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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업계, 소극적인 ‘랩·신탁’ 자율배상 “왜?”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4/16 10:33:28

    12월 잠정 검사결과 발표 후 배상 완료 2곳뿐

    대상 외 증권사 일부배상…“퇴직연금 등 걸려”

    [제공=연합]

    [제공=연합]

    증권업계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검사 대상 증권사들의 제재 절차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연말 금감원의 사적 화해 권고 이후 대상 증권사 9곳 중 실제 자율배상이 이뤄진 곳은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와 관련 절차를 논의키로 했던 금융투자협회 역시 이후 업계와 별다른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금감원의 9개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 잠정 검사 결과 대상 증권사에서 모두 위법행위가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손해배상 절차를 진행할 것을 권고하며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투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약 4개월이 흘렀으나 해당 발표 전 검사를 돌입하며 선제적으로 배상계획을 밝혔던 NH투자증권과 SK증권 외에 추가로 피해보상 계획을 공식화한 증권사는 없는 상태다.


    금융투자협회도 금감원 발표 이후 특별히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금감원과 관련 논의를 거친 후 결과를 한 장짜리 문서로 배포한 게 전부다.


    금투협 측은 “금감원에 11월 고객들에게 환매해 주기 위한 자금 확보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건의했고, 금감원을 통해 고객들의 자산 중 객관적으로 산정한 공정가치가 있는 것만 증권사 고유자산에서 인수하는 것은 용인한다는 지침을 받았다”며 “해당 지침을 11월 증권사에 배포하고 이를 통해서 환매 절차를 진행하라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다 보니 각 사가 환매를 진행하는 데 있어 눈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채권금리만 좀 떨어져도 원금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 보니 만기까지 기다리는 고객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의 홍콩 ELS 검사 이후 발 빠르게 배상안을 내놓고 있는 은행권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는 업권의 특성으로 볼 수도 있다”며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권사들은 사회적 책임은 좀 덜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인들의 여유자금 성격…100% 배상 없다 보니 ‘만기 연장’ 선호

    금감원의 검사 대상은 아니었으나 최근 IBK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가 일부 자율배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 역시 그 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대형 법인 중심으로 이뤄진 랩·신탁 고객의 경우 퇴직연금을 비롯한 타 상품에 중복으로 가입된 고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보니 환매를 요청하는 고객에 손실 배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현재는 과거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유동성 위기 상황이 아닌 만큼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를 받기보다 약정에 따른 만기 연장을 원하는 고객이 대다수라고도 했다.


    금투협 WM팀 관계자는 “사실 배상안은 아무리 많아도 원금의 100%가 될 수 없어 조건에 따라 원금의 70%나 80% 선에서 결정된다”며 “원금보다 적은 배상액을 받기보다 롤오버(만기 연장)를 통해 원금손실 없이 가져가길 바라는 고객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들에게 환매 압박을 하는 고객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대체로 랩·신탁은 법인들의 여유자금을 운영하는 성격의 상품”이라며 “업계 동향을 파악해본 결과 환매보다는 만기 연장을 하는 고객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현재 IBK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외에도 일부 증권사들은 환매를 원하는 고객에 한해 일부 손해배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배상을 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환매를 요청하는 고객의 손실 부분을 회사가 떠안고 고객에게 본래 받기로 했던 수익금을 돌려주고 있다”며 “아마 대부분 증권사가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같이 증권업계가 랩·채권 사적 화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 검사에서 위법성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배상을 적법하게 하려면 위법을 인정해야 한다”며 “아직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명확히 위법이라고 나온 것은 아니다 보니 먼저 나서서 배상하기에 조심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원은 방향성을 제시하지만 분쟁이 아닌 이상 이를 강요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회사에서 위법이 맞다고 인정한다면 배상을 해줄 테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배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위법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원금을 보존해 준다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불법임을 명확히 밝혔다.


    랩·신탁 상품의 경우 편입재산과 고객의 경우의 수가 매우 다양해 표준화된 배상기준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투협 관계자는 “ELS의 경우 방식이 단순하고 동일한 부분이 많지만 신탁은 경우의 수가 다양해 고객마다 다른 기준으로 배상안을 설정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은행권이 증권업에 비해 민생에 더 근접해 있고 당국과의 접점이 많다 보니 자율배상에 적극적인 것 같다”며 “이런 문제는 사실 업계가 다 같이 움직이는 분위기도 있어서 먼저 나서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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