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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미중갈등 객관적으로 봐야”…진심 어린 조언 오갔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5/22 09:03:57
‘미·중 갈등 영향 및 우리의 대응’ 포럼
“中 기술력 상상초월…탈중국 쉽지 않다”
실사구시로 봐야…프랜드쇼어링 편승 우려
산·학·연 전문가들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같은 고정관념에 갇히면 두 나라 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표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기아, 배터리 기업 등의 대(對)미 수출 및 투자가 급증하자, 과도한 프랜드쇼어링(우방국 생산기지 이전)을 지양하고 ‘실사구시’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서로 ‘한중 대응 전략’ 등을 물으며 냉철한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 21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미·중 갈등 영향 및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제50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하고, 주제 발표 및 지정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며,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었다. 중국 기업은 국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톱티어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중국산은 싸구려’ 같은 고정관념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막상 한국 기업은 ‘탈중국’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중국을 대체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철 산업연구위원은 “북경모터쇼를 다녀와서 놀랬다. 중국 전기차가 쏟아지면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굴지의 컨설팅 기관들조차 중국 전기차 판매를 못 하게 하려면 미국처럼 관세 먹이는 등의 방법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걱정거리로는 과도한 미국 의존을 꼽았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다르게 미국은 중국보다도 많은 수입 규제 조치를 시행한 국가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반덤핑관세 등 총 52회의 수입 규제를 했다. 반면 중국은 총 14회의 견제 조치를 진행했다. 현재 미국이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실시하며 자국 및 우호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으나, 언제 견제구를 던질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안미경중 프레임에 갇혀 미국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미국은 언제든지 우리나라에 또 다른 제재를 던질 수 있다. 과도한 프랜드쇼어링은 우리 기업의 피해를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미중 갈등이 우리 기업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미국이 중국 전기차 관세를 높이고,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망을 개편하는 등 대(對)중국 무역 허들을 높이면 중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소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중국은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에서도 다소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이 첨단산업 투자 규제를 시작하면, 우리 기업이 따라잡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박기순 Denton’s Lee 고문은 “이미 반도체를 제외한 많은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추격을 허용했으며 특히 AI, 퀀텀,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는 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보호주의, 블록화 등으로 인한 경제지형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려면 기초인 토양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대기업집단지정 제도, 과도한 정규직 보호 등 다른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규제 및 제도가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노동유연성, 생산유연성 등 유연성을 엄청 강조한다“며 ”과잉규제는 국가경쟁력을 저하한다. 대기업의 정규직 고용 비중이 OECD 평균을 화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되려 규제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발표 및 토론이 끝나자, 전문가들은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중국산 원자재 및 제품의 규제가 심화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실질적인 한중 대응 전략은 무엇이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쟁할 부분과 협력할 부분을 분명하게 구별하고, 정확한 정보를 기업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며 포럼이 마무리됐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국제협력본부 중국팀장은 ”중국과 한국이 경쟁, 협력하는 관계가 복잡하게 형성돼 있다. 4개 기업 중 1개는 중국을 경쟁자 또는 협력자로 인식한다“며 ”경쟁할 부분과 협력할 부분을 구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기업은 사업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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