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위치 :뉴스
[삼성 신경영 31주년 上] 이재용 뉴삼성…이건희가 다진 ‘혁신 DNA’ 잇는다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6/07 08:45:34
이 선대회장 신경영 선언…‘초일류 삼성’ 밑거름
취임 3년 차 이재용 회장 ‘뉴삼성’ 속도
인재제일·미래 먹거리 발굴 방점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 호텔로 모여든 수백명의 임원 앞에서 훗날 영원히 기억될 명언을 남겼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 선대회장이 직접 나서 조직의 과감한 혁신을 주문한 데는 본인의 두 눈으로 목격한 처참한 현실 때문이었다. ‘불량은 암’이라고 말하며 품질을 무수히 강조했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국 LA 전자 제품 매장에서 삼성 TV와 세탁기 불량 부품을 근로자들이 칼로 깎아 조립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는 이 선대회장이 직접 나서 그룹의 환골탈태를 추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시작이다.
신경영 선언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장기적으로 삼성 그룹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토대가 됐다. 기존 양(量)을 우선시하던 기존의 경영 관행에서 탈피해 질(質)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선회하는 계기가 됐고 ‘초일류 기업’ 삼성을 키운 밑거름이 됐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제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다수의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선대회장 역시 과거의 신경영 선언에 대한 중요성을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았다. 10여년이 지난 지난 2003년 ‘신경영 10주년’ 기념 모임석상에 참석해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이류, 삼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하면서 본인의 선택에 후회가 없음을 강조했다.
삼성이 성공의 길로 안착한 배경으로는 품질 혁신과 함께 ‘과감한 인사개혁’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이는 평소 이 선대회장의 어록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993년 6월 8일 영국 런던에서 가진 사장단 회의에서 “앞으로 우수한 사람 한 명이 천 명, 만 명 먹여 살린다. 우수한 사람이 분야별로 확보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해 7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회의에서는 “내가 욕심이 하나 있다고 하면 사람에 대한 욕심은 세계에서 제일 강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남보다 나은 사람, 우수한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안 내놓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능한 인재가 곧 경쟁력이라는 이 선대회장의 뚝심 아래 삼성은 최고 수준의 ‘S급’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인재 등용 시 혈연, 지연, 학연, 성별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오직 능력과 전문성에 입각한 공정한 인사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았던 것이다.
여성 인재 등용에도 적극 나서면서 인재 풀을 넓혔다.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고 1995년에는 공채 학력 제한을 없앴다. 여성 채용 비율을 늘리기 위해 어린이집을 신설하는 등 직원들의 보육 부담을 줄이는 데도 앞장섰다.
뛰어난 인재의 목마름을 느끼는 삼성의 철학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로 회장 3년 차를 맞은 이재용 회장 역시 ‘뉴삼성’의 핵심 가치로서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삼성 수장인 이 회장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술 인재 확보에 미래가 달렸다”며 인재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가진 ‘2024 삼성 명장’ 15명과의 간담회에서는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경쟁력”이라며 “미래는 기술인재의 확보와 육성에 달려 있다. 기술인재가 마음껏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격려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삼성전자 온양·천안 캠퍼스를 직접 찾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미래 먹거리 찾고 대규모 투자 지속”
삼성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냉난방공조 시장 공략을 목표로 미국 기업 ‘레녹스(Lennox)’와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번 합작법인을 계기로 향후 수익성이 높은 북미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글로벌 톱티어(일류) 공조 설루션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도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 선두를 목표로 오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한다. 완공 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갖추게 된다. 오는 2030년까지 경기도 용인 연구개발(R&D)단지에 20조원을 투입해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반도체연구소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운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초기 주도권 확보에 실패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삼성은 과거 2019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절 현재 성공에 안주한 나머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필수 부품인 HBM 개발팀을 해체했다. 이 결과 SK하이닉스에게 HBM 시장 선두를 내어주며 자존심을 구긴 상태다.
다만 그룹의 중요 철학인 ‘초격차 DNA’를 토대로 시장 부진을 조금씩 만회하고 있다. 지난달 HBM3E 8단 제품의 초기 양산을 시작했다. 올 2분기 안에 12단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내년 양상을 목표로 현재 6세대 HBM인 ‘HBM4’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대전환 시기를 맞이한 삼성이 신(新) 경영 전략으로 ‘과감한 결단과 집중’을 우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삼성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할 수 있다고 해서 너무 많은 산업에 진출해서는 안 된다”며 “자원이 많아질수록 여력이 커지지만 그중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