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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위기다”…짧아지는 삼성 반도체 수장 주기

    출처:bada    편집 :编辑部    발표:2024/05/23 09:03:45

    사업 경쟁력 악화에 반도체 수장 임기 단축

    파운드리 부진 지속…“HBM 시장 주도권 찾자” 특명

    “시스템LSI 분사로 메모리·파운드리 경쟁력 높여야” 조언도

    [제공=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

    6년 → 4년 → 3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수장의 임기가 갈수록 짧아진 데는 차세대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심 차게 추진한 파운드리 사업부가 적자를 지속하고 인공지능(AI) 열풍 속 SK하이닉스에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마저 내어주자 한 발 빠른 선제적 인사로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선 모습이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반도체 사업을 지휘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새 수장을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교체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DS부문장이었던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임명됐다.


    1960년생인 전 신임 DS부문장은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LG반도체 출신으로 1999년 정부가 주도한 반도체 빅딜 당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삼성으로 적을 옮긴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입사 이후 D램·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하면서 ‘반도체 신화 주역’으로 거듭났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의 교체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앞서 권오현 현 서울대 이사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여 정도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맡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고문은 바통을 이어받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여 동안 DS부문을 이끌었다.


    이후 경 사장은 2022년 DS부문장에 오른지 4년을 채우지 못하고 수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특히 대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가 연말 12월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7개월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수장 임기 단축은 복합적 위기 결과…메모리·파운드리 힘 실어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의 교체 주기가 단축된 것과 관련해 “복합적 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HBM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 속도가 악화된 영향이 컸다. 5년 전 HBM 개발팀을 해체한 선택이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일 예로 현재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큰 손인 엔비디아에게서 HBM3 8·12단, HBM3E 8·12단 등 제품 4종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데 아직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HBM 태스크포스(TF) 수장인 황상준 D램개발실장(부사장)이 엔비디아의 긴급 호출로 미국으로 급히 출장을 떠나기도 했다.


    반면 HBM 시장 맞수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한 데 이어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12단 제품 역시 인증 과정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38% 수준으로 과반을 점유한 SK하이닉스와 격차가 더욱 벌어진 상태다.


    파운드리 사업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대형 고객사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선두 주자인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에 그쳤다. 같은 기간 TSMC가 61.2%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양사 간 격차는 직전 분기 45.5%포인트(P)에서 49.9%P까지 더 벌어졌다. 아울러 올해는 반도체 원조 강자인 미국의 인텔마저 파운드리 시장에 참전하면서 삼성전자의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자공학 메모리 엔지니어 출신인 전 신임 부문장이 HBM 중심의 메모리 신제품 개발과 함께 2~3㎚(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선단 공정 수율 개선에 힘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하락과 파운드리 사업 부진 타계를 위한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라며 “DS 신임 부문장은 우선 HBM 신제품 개발, 수율 향상에 주력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실적 개선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위기 타개책으로 시스템LSI 사업부 분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를 통해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에 보다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엑시노스’ 칩은 삼성 가전과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지만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같은 경쟁사 제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은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HBM 시장을 추월당하고 파운드리 점유율은 11%대로 축소되면서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반면 최근 AI가 떠오르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수요와 관심은 대거 늘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에 인력과 돈을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가) 양쪽으로 양분된 상태”라며 “시스템LSI를 분사시켜 보다 강점이 있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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