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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 산모들의 ‘의버지’인데…“언제 문 닫을지 몰라” [취재후]

    출처:news.kbs.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5/10/10 10:10:11

    아이를 낳기 위해 남들보다 더 먼 길을 오가야 하는 임신부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분만이 불가능한 지역은 모두 72곳. 그중 50곳은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 진료를 하지 않았고, 22곳은 아예 산부인과 자체가 없습니다.

    임산부의 날(10일)을 맞아 '분만 취약지'로 꼽히는 경기 포천을 다녀왔습니다.

    ■ 포천에서 아이 낳는 병원 딱 1곳… "의사 선생님 휴가 가면 어쩌나"

    인구는 14만 명이지만 면적은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넓은 포천시에서 분만이 가능한 병원은 딱 한 곳입니다.

    바로 공공병원인 경기의료원 포천병원입니다. 이곳에서 40년 가까이 근무 중인 산부인과 고영채 과장이 현재 포천에서 아이를 받는 유일한 분만 의사입니다.
    지난달 23일 포천병원에서 출산한 30대 산모 A 씨는 "포천에서 아이를 낳으려면 고 선생님밖에 없다"면서 "별명이 포천 산모들의 아버지다. 여기서는 유명하다"고 전했습니다. 포천병원에서 만난 직원도 "제 아이 둘을 다 선생님이 받아주셨다"고 했습니다.

    강원도 철원군에 사는 37주 차 임신부 김소현 씨도 포천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진료 한 번 받으러 차로 1시간 넘는, 50km 이상의 거리를 오갑니다.

    철원에도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한 곳 있기는 하지만, 김 씨는 "혹시 모를 전원을 대비해서 큰 병원으로 빠르게 갈 수 있는 포천병원을 택했다"고 했습니다.

    의사가 부족한 분만 취약지의 임신부들은 대도시의 임신부보다 선택지가 적습니다. 임신 중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치료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도 큽니다.■ "분만 의사 은퇴하면 끝"… 인력난·만성 적자로 문 닫을 위기

    만약 포천병원마저 분만을 중단한다면, 포천과 더 외진 인근 지역 임신부들은 또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게 될 겁니다.

    하지만 포천병원 분만실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릅니다. 만성 적자와 인력난 때문입니다.
    백남순 경기의료원 포천병원장은 "지금 근무하는 산부인과 과장님이 70대, 과장님 휴일에 백업을 해주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60대인데 둘 중 한 분이라도 없으면 여기도 금방 끝난다"면서 "길어야 2~3년 안에 우리 병원 24시간 분만 시스템은 휘청일 거고, 아마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산부인과는 대표적인 기피과로, 특히 분만 진료를 하는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는데 지방은 더 타격을 받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