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뉴스
계엄의 밤, 그들이 국회로 향한 이유
출처:news.kbs.co.kr 편집 :编辑部 발표:2025/12/08 11:51:40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비상계엄이 선포됐습니다.
민주화 이후 전례없는 계엄 선포. 누군가는 명령에 복종했고, 누군가는 표결을 피해 숨었지만, 그 늦은 시간에도 국회로 나선 이들이 있습니다.
국회 담장 밖 차디찬 길거리에서 "계엄 철폐"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들, 그리고 국회 안에서 계엄 해제안 표결까지 본회의장을 지켰던 보좌진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곳으로 향했을까요.
■국회 담장 밖 시민들: #택시운전사 #한강 #시민이_이긴다
#택시운전사
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의 한복판으로 향했던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택시운전사'. 그날 밤 서울 여의도에도 '택시운전사'가 있었습니다.
20대 대학생 노민영 씨는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홍대에서 택시를 잡아 국회로 향했습니다. 택시를 잡으러 가는 길에도 '계엄군이 국회로 향하고 있다'는 비현실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민영 씨는 광주 역사 기행을 갔던 경험을 떠올렸고, 마음속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했습니다.
| [노민영 / 대학생] "계엄군이 들어와서 국회 앞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고, 계엄 시기가 몇십 년 기약 없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더 희생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최악의 가정이었어요.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잔혹한 일들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 국회로 향했습니다" |
지역에서 택시를 타고 국회까지 온 시민도 있었는데, 택시기사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 [노민영 / 대학생] "지방에서부터 택시 타고 오셨던 분들. 택시 기사님이 데려다 주시면서 택시비 받지 않겠다고 하셨던 이야기라던가. 80년 광주를 말씀해주시는 분도 있었고요. 진짜 다양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두렵지 않다." |
30대 직장인 백현영 씨는 망원동 카페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잠깐 쉬려고 SNS에 접속한 그때,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믿지 못했지만, 포고령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 진짜구나' 실감이 됐습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 (…)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현영 씨는 이전까지 살면서 한 번도 집회나 시위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고령의 내용 한줄 한줄이 현영 씨의 마음을 짓눌렀고, 국회로 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